홀로된 남자, 홀로서는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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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윤효(37)씨가 두번째 창작집 『베이커리 남자』를 펴냈다. 5년만에 소설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하는 주부생활을 공들여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애 키워 보면 알게 돼"라는 그 흔한 말처럼 성숙의 표지를 그녀의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건 나의 존재를 앞세우던 전작에 비해 관계에 대한 성찰이 풍부해졌다는 뜻이다.

『베이커리 남자』는 성숙한 여성으로서 홀로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홀로서기를 이성과의 완벽한 사랑이란 신화를 통해 추구하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소설집에서 느껴지는 윤효의 목소리는 열기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 서늘하고 차갑고 냉정하다. 그것은 이를테면 삶을 알아버린 자에게서 보여지는 침묵이며, 단정함이다.

표제작인 '베이커리 남자'는 상실감이 만연한 일상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조장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한 남자의 애증과 욕망의 세계를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다.'성가족'은 어긋나고 변형된 가족의 질서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미성년의 정신적 분투가 그려져 있다.

이밖에도 세속적 욕망이 가득 찬 도시에서 점차 부속화, 단자화되어 가는 여성의 실존적 현실을 냉정하게 되묻고('미세스 랑콤'), 아버지가 부재하는 자리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미성년을 그린다 ('더블베드'). 그리고 세속적 가치 속에 방치된 두 여중학생을 내세워, 존재와 그 존재감을 강박하는 현실 사이의 폭력적인 거리를 탐문한다.

그녀는 "닫힌 문 앞에 나란히 앉아 박자에 맞춰 문에 머리를 찧는" 두 아이를 외면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소설을 써나갔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문학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대화를 통한 성숙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효의 이번 소설은 여자들의 홀로 있음과 침묵의 의미를 비롯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생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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