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舊敎界 '문화사역' 두 주역을 만나다: 극단 '말죽거리' 김관영 목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종교와 그 바깥 세계, 그리고 종교 간의 소통에는 문화만큼 훌륭한 도구가 없다. 우리 종교계가 기복주의·물량주의로 흐른 면이 없지 않아 일반인의 불신을 산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의 보편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문화를 매개로 가족 사랑·화해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소위 '문화사역'이 기독교에서 활발하다. 이 분야 천주교와 개신교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조광호(55)신부와 김관영(35)목사를 만났다.

'대학로 삐끼 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관영목사는 캐주얼 차림과 열린 사고로 문화인에 더 어울렸다.

"1991년에 교육전도사로 몸담고 있던 영일감리교회의 강성일 담임목사가 극단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공연하는 극단이라면 안합니다,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극단이면 좋습니다라고 대답했지요."

뻔히 안될 줄 알면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걸 강목사가 덜컥 받아들였다고 한다. 강목사 역시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신도가 5백명에 불과하고 1년 예산이 1억원에 지나지 않는 교회에서 극단 예산으로 1천만원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김목사로서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단 말죽거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때 김목사는 맘속으로 다짐했다. 기독교의 일반 가치, 즉 사랑과 평화,인간성,가족 등을 표현하되 원색적인 선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첫 작품이 1993년에 초연한, 이웃사랑을 주제로 한 '가마솥에 누룽지'였다. 97년 앙코르 공연에 이어 일반 극단인 예삶에서 2001년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97년 '가마솥에 누룽지'를 다시 공연할 때 교회극단으로는 영세성을 벗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한 작품 끝나면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노하우를 축적할 길이 없었다. 자연스레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전문기획사가 논의되었고 그렇게 해서 99년 탄생한 것이 문화기획 나들목이다.

"나가고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뜻이지요. 문화사역도 그런 길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라는 통로를 통해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의 문화를 접하고, 비기독교인이 거부감없이 기독교 문화를 접하도록 하자는 거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삶의 스타일까지 바꾸고 싶다는 욕심에서 공연기획이 아닌 문화기획으로 했습니다."

대표작은 '오 마이 가스'. 기독교인의 부조리를 실랄히 풍자했다. 무거운 주제였기 때문에, 그리고 기독교계를 공격한다는 오해를 피할 필요성 때문에 코믹 뮤지컬을 택했다. 기독교인은 재미를 느끼는 한편으로는 자기 반성을, 비기독교인은 기독교를 꼬집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4개월 공연에 2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은 2000년에 '가스'란 제목으로, 지난해에는 '더 플레이'로 더욱 대중화되었으며, '더 플레이'는 지난 3월에 한국뮤지컬 대상의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상이 좋긴 좋더군요.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서고 있습니다. 올 가을 '더 플레이'공연에는 9억~10억원이 투입됩니다."

그가 기획한 신작 연극 '다녀왔습니다'(극단 사도)는 소희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 못지 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킬 듯하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