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애매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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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동네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할아버지께서 새로 생긴 도서관과 주변시설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도착해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유독 비어 있는 장애인용 주차공간에는 장애인 주차시설 이용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이곳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이 주차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길 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임산부 등 몸이 불편한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그곳에 주차했다. 도서관을 잠시 이용한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내 차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 자동차'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분명히 안내문을 확인하고 주차했기 때문에 관할구청에 문의했더니, 구청직원은 "노약자나 임산부라도 법에 해당하는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다. 불이익을 당한 것은 알지만 노약자나 임산부라 하더라도 모두가 장애인 시설을 이용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것은 보건복지부 등에 문의하라고 했다. 그곳에서도 "법률상으로는 노약자나 임산부도 이용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차량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용할 수 없는 시설에 이용 가능하다고 안내문을 붙여놓은 관계기관의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수정·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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