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김명민] “모르니까 겁 없이 20㎏ 뺐죠…배우 안 됐다면 사업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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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지난해 ‘내사랑 내곁에’의 20㎏ 감량 후 그의 건강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시상식엔 불참했다. 뉴욕에서 요양 중이었다. “몸에 한 번 기스가 나면 다시 원래대로 못 돌아오죠. 모르니까 겁 없이 한 거예요. 이제 어떤 건지 알았으니 다시는 못할 걸요? 20㎏을 빼더라도 운동과 식이요법 병행해가면서 차근차근 빼겠죠. 이렇게 무식하겐 절대로 안 해요.” 후회하는 걸까. “후회는 안 해요. 하지만 이런 방식(배우가 촬영과 동시에 감량하는 초유의 방식)으로 영화가 제작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명민이 배우가 안 됐다면 뭘 했을까. 그는 “사업했으면 꽤 잘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휴학 시절 잠깐 아르바이트로 스키복을 팔았어요. 정식 직원보다 제가 훨씬 많이 팔아서 인센티브를 받았죠. 제가 말하면 이상하게 다들 믿어주는 거예요.(웃음) 목소리 덕도 좀 있긴 하지만, 손님에게 ‘우리 집 스키복이 세계에서 제일 훌륭하다’는 신념을 갖고 팔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도 신념이 있어야 돼요. 악역도 ‘이런 일을 하게 된 덴 다 이유가 있겠지’ 이해하려 하죠. ‘하얀 거탑’ 할 때 11회였나? 장준혁이 이 인간이 완전히 변한 거예요. 후배들 챙기던 인간이 출세욕에 한번 눈뜨니까 아주…. 미치겠더군요. 스스로를 설득했죠. ‘수많은 질시를 견뎌야 하는 저 자리에 올라가면 저럴 수밖에 없을 거야.’ 제가 납득 못하면 대사가 한마디도 못 나가요.”

인물과 완전히 동화되는 ‘메소드 연기’의 제한은 없을까. “도덕과 윤리를 위배하지 않는 선에선 최대한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추구할 겁니다. 중요한 건 본질과 맞닿아 있느냐는 거죠. 내가 하는 행위가 드라마의 본질을 후벼 파는 행위라면 마땅히 해야죠.”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화가가 두 명 있어요. 한 사람은 현란한 붓기술로 한 시간 만에 휘리릭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한 달 동안 잠 못 자고 머리 싸매고 끙끙 앓으면서 그려요. 두 그림이 같아 보이지만 뭔가 다를 거라고 믿어요. ‘김명민, 연기 정말 잘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바로 그 차이를 알아봐주시는 거죠. 거기에 제가 격려를 받는 겁니다.”


김명민 주요 출연작

<드라마>

2008 MBC ‘베토벤 바이러스’

2007 MBC ‘하얀 거탑’

2004∼2005 KBS ‘불멸의 이순신’

2004 KBS ‘꽃보다 아름다워’

<영화>

2010 ‘파괴된 사나이’

2009 ‘내 사랑 내 곁에’

2008 ‘무방비 도시’

2007 ‘리턴’

2003 ‘거울 속으로’

2001 ‘소름’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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