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총경 미국行 비행기서 경찰청 수사국장과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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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규선씨 사건 연루 의혹을 받자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도피한 경찰청 전 특수수사과장 최성규(崔成奎·52) 총경이 19일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경찰청 수사국장 이승재(李承裁)치안감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李국장은 22일 "지난 19일 오후 4시1분쯤 차를 타고 가던 중 崔총경으로부터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8분 가량 이뤄진 통화에서 崔총경에게 자진 귀국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李국장에 따르면 崔총경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12일 김희완씨를 만나고 있던 최규선씨를 찾아가 3~4분 정도 얘기하고 나왔는데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돼 당황해 출국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李국장은 "외국으로 도피하면 더 불리해진다고 설득했지만 崔총경은 '생각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崔총경의 해외 도피가 초미의 관심사였음에도 李국장이 통화 사실을 사흘 뒤에야 공개한 점, 그리고 李국장이 전한 통화내용이 지나치게 해명 위주라는 점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아 李국장이 崔총경에게 행적 추적 사실 등을 알려줘 뉴욕 JFK 공항 탈출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李국장은 이에 대해 "이미 가족과 친지를 통해 崔총경에게 자진 귀국을 설득 중이라는 사실을 국회 등에서 밝혀왔기 때문에 崔총경과의 통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디냐고 묻기 전에 (崔총경이)전화를 끊어 崔총경이 뉴욕으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통화에서 崔총경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청부수사 의혹 등에 대해선 억울하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타이거풀스 주식 보유와 관련해서는 "돈을 주고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李국장은 밝혔다. 그러나 崔총경은 공직자 재산 등록 때는 보유 주식이 없는 것으로 신고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李국장은 "崔총경과의 통화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이팔호(李八浩)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면서 "별다른 내용이 없는 데다 뉴욕 JFK 공항에서 벌어진 崔총경 문제 때문에 경황이 없어 보고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팔호 청장도 "李국장과 崔총경의 통화 내용에 별로 특이한 사항이 없어 늦게 보고한 것에 대해 질책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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