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최병렬·이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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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폭로 공방전이 격화됨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최병렬(崔秉烈)·이부영(富榮)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의 '이회창 때리기'가 당내 대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표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崔· 두 후보 측은 "여권의 이회창 공세가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의원 반발이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회창 공략'보다 대여(對與)공세로 방향을 틀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일 제주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뿐 아니라 나머지 세 후보가 일제히 청와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아들 3형제를 거론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한다.

여야 공방에서 생긴 당내 위기감이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당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병렬 후보 측은 21일 "현 정권의 실정을 집중 부각하는 방향으로 선거인단의 정서에 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부영 후보 측 역시 이날 중간평가에서 "앞으로 이회창 공략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냈다.

노풍(風·노무현 바람)이 崔· 두 후보가 주장하는 '대안론'이나 '영남후보론'보다 이회창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체 12개 지역 중 인천·울산·제주 경선을 끝낸 21일 현재까지의 판세는 이회창 후보의 일방적 독주(72.4%)로 '이회창 대세론'이 굳어졌다.

게다가 최병렬 후보 측은 "대의원 접촉이 금지돼 특별한 선거활동에 나설 수도 없다"며 "표가 더 이상 나오길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정작 崔후보는 제주 경선이 끝난 뒤 "그렇다고 사퇴할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부영 후보 측 안영근(安泳根)대변인도 "인천·울산·제주 지역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결과는 불만"이라며 "지지율이 이런 추세라면 서울·경기도 해보나 마나"라고 말했다.

경쟁 후보를 공격하지도 못하는 경선을 끌고가야 하는 崔·후보로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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