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아 돌보는 데 정년퇴직 있나요" '사랑의 집'돕는 前교감 심영수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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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일 오전 정신지체아 장애인시설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사랑의동산'.심영수(沈永洙·66·서울 강서구 방화동)·양성임(梁聖任·60)부부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표정없이 앉아있던 아이들이 환히 웃으며 힘겹게 沈씨 부부에게 다가온다.

이중 가장 밝은 표정으로 沈씨에게 안긴 장애아는 김현주(17)양.뇌성마비·간질을 앓고 있는 현주는 沈씨 부부와 사랑의동산을 이어준 '끈'이었다

沈씨가 장애아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7년.서울 등명중 상담교사로 재직하던 沈씨는 우연히 현주 언니(19·당시 중2)의 가족환경조사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딱한 사정을 알게 된다.

"빌딩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홀어머니가 생계 때문에 장애아인 동생을 매일 돌볼 수 없다. 그래서 주중에는 동생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사랑의동산에 두었다가 주말에만 집에 데려온다".

沈씨는 이를 접하는 순간 마음 속으로 '현주 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당시 월급의 절반 가량을 독거노인이나 장애아들을 위해 쓰고 있었지만 직접 나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말마다 현주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沈씨 부부의 몫. 현주의 병이 심해져 입술이 새파랗게 변하고 숨도 못쉴 때는 한밤중에 뛰어와 병원에 데리고 갔다.

99년 교감으로 교단에서 물러난 뒤 부인 梁씨와 함께 수시로 이곳을 방문해 14명의 정신지체아들에게 손수 만들어온 음식을 먹여주고 목욕도 시켜줬다. 또 조그만 텃밭에 아이들과 함께 고구마나 고추를 심으며 희망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해 왔다.

5남매를 두고 있는 沈씨 부부는 "자식들도 우리를 본받아 자원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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