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양'가짜 가수'파문 힙합 그룹 씨클로 음반서 노래 안 불러 "립싱크 허용 안해야 재발 방지" 지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누드 사진으로 유명한 탤런트 정양(사진)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고 홍보해온 힙합 그룹 씨클로의 노래를 사실은 전혀 부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씨클로의 소속사측이 17일 스스로 밝힘에 따라 드러났다. 정양은 다른 무명 여자 가수가 녹음한 노래에 맞춰 입만 벙긋거리는 립싱크를 해왔다는 것이다.

◇씨클로측 주장=정양은 지난해 8월 힙합 그룹 씨클로의 객원 보컬로 가수 데뷔 선언을 했다. 하지만 정양은 녹음 작업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립싱크만 해왔다는 것이다.

씨클로의 소속사 오픈 월드 뮤직측 관계자는 17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씨클로를 띄우기 위해 정양을 영입했다. 당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정양이 그룹에 합류했을 때는 이미 녹음이 끝난 상태였고 정양은 한 곡도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스스로 밝힌 이유에 대해 "오래 전부터 이같은 사실이 팬클럽 중심으로 알려져 조만간 폭로될 분위기여서 미리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양측 주장=정양측도 음반 녹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정양 소속사 더 그룹 관계자는 이날 "정양의 그룹 참여가 결정됐을 때는 이미 녹음 작업이 끝난 상태였고 정양은 이후 립싱크만 한 게 사실이다. 미리 밝히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양이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준비 중인 솔로 데뷔 앨범을 통해 정양의 노래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엇이 문제인가=지난 연말 여성그룹 걸프렌드가 역시 멤버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른 노래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또다시 '사기극' 파문이 일어남으로써 가요계는 도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비록 극히 일부 제작사와 '엉터리 가수'들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음악성보다 돈벌이 위주로 치닫고 있는 가요계의 풍토 때문이라는 게 대중음악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립싱크 위주의 TV제작 풍토도 한몫 했다는 지적도 많다.

문화개혁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지상파TV의 가요순위·오락 프로그램에서 립싱크가 일반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방송사들이 라이브 위주의 가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