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엔 매몰차게… DJ엔 부드럽게 JP 행보 이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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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얼굴)총재의 행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해서는 감싸안는 자세를 보이는 반면 한나라당은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JP는 16일 충남 부여를 찾았다.2000년 4월 7일 이곳에서 4·13 총선 지원유세를 한 뒤 2년 만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과 협력하려는 어떠한 행동도 한 적이 없으며 그럴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과는 부닥치면 부닥치는 대로 이길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한나라당과 자민련 사이에는 우호적 분위기와 갈등양상이 혼재돼 있는데 정확히 어떤 관계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JP는 대통령의 세 아들에 대해 특검제를 도입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제 기간은 이미 끝났고, 이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게 상식"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JP는 하루 전인 15일에도 한나라당의 장외집회 계획에 대해 "툭하면 밖에 나가서 시끄럽게 한다"며 탐탁잖아 했고 국민참여 경선제 도입에 대해 "지난 4년간 이회창 후보 혼자서 조직을 장악해 왔는데 괜히 남의 당을 흉내 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기호(起浩)경제복지노동특보 임명에 대해서는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존중해야 한다"며 '유화적'발언을 했다. 당 차원에서 논평도 못내도록 했다.

JP는 지난 5일엔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와, 개각을 앞둔 지난 13일엔 전윤철(田允喆)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용(趙淳容)정무수석 등과 골프를 함께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JP의 행보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보수대연합'의 주도권을 놓고 한나라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정계 개편을 앞둔 몸값 높이기 작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정계 개편과 관련한 여권 핵심부와의 접촉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대목은 현 여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분명한 증거는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에 대해 JP의 한 측근은 "어차피 민주당 대선후보로 노무현(武鉉)씨가 결정되면 한바탕 정국이 요동칠 것"이라며 "그 때를 내다보고 JP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1997년 대선에서 DJP연합을 만들어 정권 창출의 중심으로 일어선 JP가 지금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재진입하기 위해 승부수를 가다듬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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