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때 전교2등… 대통령감" "모시는 영광 줘서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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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시는 영광을 줘서 감사하다. 이때야 함부로 만나지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만나기도 어렵지 않으냐."

15일 낮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당 소속의원 15명이 만난 여의도의 한 식당. 천용택(千容)의원이 약 1시간 늦게 나타난 후보에게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이호웅(浩雄)의원이 나서서 주선한 이날 오찬엔 당초 몇몇 의원들만 나오기로 했으나 어느새 참석의원 수가 두 자릿수로 불어났다. 그 중에는 이인제 후보 지지자로 분류됐던 수도권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후보가 이 정도 규모의 의원들과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후보는 "그동안 거의 혼자서 참모들과 부닥치면서 돌파했는데 앞으로 방식을 바꿔 여러분과 함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동안 선전한 후보에게 박수 한번 칩시다"(千의원)는 격려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식사 중 일부 의원은 "외롭게 혼자 뛰는데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는데 희망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 작은 힘이나마 성심껏 돕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간이 나면 후보의 정치철학과 삶의 철학에 대해 토론해보자"는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은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했느냐"고 물은 뒤 후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교 2등을 했다"고 하자 "그럼 됐다.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보의 민영화 정책 등에 관한 일부 '쓴소리'도 있었으나 대개 "연설에서 '졸병'이라고 하지 말고 '사병'이라고 하라""TV토론 때 허리를 펴라""'재벌'보다 '대기업'이라는 표현을 써라""교사들에게 위로말씀을 하는 게 좋겠다" 등등 시시콜콜한 주문이 많았다고 한다.

당내에선 "벌써 '노비어천가(飛御天歌)'가 들리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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