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외국 관광객 안전수송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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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여객기 추락 사건은 김해공항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시계가 악화된 가운데 발생, 공항의 구조적 결함과 안전성 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새 활주로를 만든 후에도 예상과 달리 사소한 기상 악화에도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공항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월드컵 축구 기간 중 선수·관람객들이 이용하게 될 전국 지방 공항에 대한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은 2000년 3월 말 1천8백96억원을 들여 계기착륙시설(ISL)·지상감시레이더(ASDE)·항공등화시설 등 첨단시설을 보강한 길이 3천2백m·너비 60m의 새 활주로를 개통했다.

부산항공청은 새 활주로의 개통으로 연간 3%대를 웃돌던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00년 4월 19일 강우량 28㎜에 구름이 낮게 깔리자 공항이 마비되다시피했다. 당시 오전 8시25분부터 오후 2시25분까지 6시간 동안 항공기 착륙이 금지됐다. 김해공항 관제탑은 이날 구름의 고도가 7백피트 이하로 떨어지자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이어 고도가 다시 4백피트로 낮아지면서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결국 이날 하루 7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4천m에 가까울 정도로 시계가 양호했지만 구름 고도가 낮아 착륙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새 활주로 역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첨단 시설을 갖춘 새 활주로지만 남풍이 불고 안개가 잦은 4~9월 사이에 결항률이 높은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활주로 끝에 길이 7백20m·너비 3백m 이상 규모로 설치토록 한 완충녹지대가 없고, 활주로와 계류장을 잇는 유도로 중 상당 구간은 좁은 기존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김해국제공항이 바다·강과 인접해 안개가 잦고, 북쪽에 위치한 신어산도 항공기의 활주로 이착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항공청 등은 "기상 상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항공 관계자들은 "기상 상황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 공항의 건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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