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거듭되는'장군멍군'승부 '숨은 손'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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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준결승에 이어 결승까지 무척 재미있게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게 탈이다. 5전3선승제인 두 차례의 준결승은 모두 한 팀이 이기면 곧바로 상대팀이 반격을 가하는 형태로 끝까지 진행된 끝에 3승2패로 힘겨루기를 마쳤다. 7전4선승제인 결승전에서도 동양 오리온스와 SK 나이츠가 일진일퇴의 대공방 끝에 현재 2승2패의 팽팽한 타이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 좀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흥행을 위해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소박한 의구심까지 품고 있다.

의심 가는 대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KCC 이지스-나이츠의 준결승에서 이지스가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치른 4차전에서의 패배는 분명 억울했다. 다리를 벌리고 점프해 던진 양희승의 3점슛을 무효로 선언하고 공격자 파울을 선언한 심판 판정에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는다.

오리온스-LG 세이커스의 준결승 3차전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오리온스 벤치에 테크니컬 파울이 주어진 뒤 그때까지 앞서나가던 세이커스 쪽에 불리한 판정이 잇따르며 경기가 뒤집혔다. 여기서 세이커스가 이겼다면 4차전에서 3승1패로 시리즈를 끝냈을 것이다.

그러면 이지스-SBS 스타즈, 세이커스-SK 빅스의 1라운드(3전2선승제)는 왜 승부가 싱겁게 끝났을까? 게다가 앞서 언급한 세이커스-오리온스전의 경우 어차피 한 팀이 리드하게 돼 있는 3차전이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이유가 없었다. 오리온스가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4차전에 대해서는 나이츠도 불만을 갖고 있다. 아니 그보다도 흥행 수입을 고려한다면 가장 팬이 많은 오리온스와 이지스가 결승에서 만나는 게 더 낫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는 얘기는 설득력을 잃는다. 올해 정상 다툼은 전례 없이 치열하다. 특히 결승전의 경우 난타전을 벌이려는 오리온스와 '히트 앤드 클린치'로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려는 나이츠의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 예상치 않은 일진일퇴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챔피언 결정전이 너무 흥미롭게 진행되다보니 이런 얘기까지 듣게 되는 것 같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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