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주5일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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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올해 노사 간의 임금·단체협상에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국 금융산업노조는 오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 도입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정해 은행측과 교섭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노총이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의 42%가 올 임단협의 교섭사항으로 주5일 근무를 꼽고 있어 적지 않은 파란을 예상케 하고 있다.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등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산발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불필요한 마찰과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생활의 불편으로 나타날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은 공공기관과 기업·금융기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특히 은행이 이를 앞당겨 시행할 경우 국민과 기업의 금융기관 이용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무인 입출금 시스템과 인터넷 뱅킹이 확산돼 소액 입출금에는 큰 불편이 없다고 하지만 주말 대출금 상환이나 공과금 납부 등 사전에 정리할 일들은 많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정부가 최근 이달 말부터 공무원의 시험실시를 불쑥 결정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로선 지지부진한 노사정 협상에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인지 모르나 시행하기 쉽다고 민간에 앞서 서두르는 발상은 위험하다.

주5일 근무는 이미 시행하는 기업도 적지 않고 일부 대기업도 착실히 내부 준비를 해와 이제는 무작정 협상을 늦출 일도 못된다. 합의 못한 쟁점도 적지 않으나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긴 논란 끝에 상당부분 골격은 도출돼 있다. 현재 노사정위가 막판 협상을 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집중적으로 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주5일 근무처럼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중요한 일은 기관과 기업마다 여건의 성숙도를 보아가며 혼란이 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경제에 충격 대신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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