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평균선 무너져 조정 길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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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증시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종합지수 1,000포인트가 임박했다고 들떴던 며칠 전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연일 지수가 급락하면서 조정 장세가 오래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줄기차게 팔고 있고 국내 기관의 매물 소화능력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외국인들은 3천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장 중에는 투매양상마저 나타나 종합지수가 32포인트나 밀렸다. 낙폭과 하락률 모두 연중 최고였다.

◇왜 급락했나=무엇보다 외국인의 파상적인 매도공세가 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현재 거래소 시장에서 35.6%(4일 시가총액 기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삼성전자 등 주로 우량주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량주가 급락하면 개별 종목까지 그 여파가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래프 참조>

또 전날 뉴욕 증시의 급락 소식과 함께 11일로 다가온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미리 물량을 청산하려는 움직임도 지수 급락을 불렀다.

게다가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액이 점차 감소하면서 그동안 외국인이 내놓은 매물을 소화하며 장을 이끌었던 기관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언제까지 떨어질까=당분간 지수가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10월 이후 대세 상승 장에서 굳건한 지지선 역할을 했던 20일 이동평균선이 10일 무너졌다. 중단기 시장 추이를 반영하는 대표적 기술적 지표인 이 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현 주가가 최근 20일(영업일 기준)동안의 평균 종합지수보다 낮아졌다는 것으로, 장이 하락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대세 상승 장에서 20일선이 무너진 경우는 네 차례 있었지만 모두 2~4일 만에 회복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이 얼마나 갈 것인지는 20일 선을 과연 바로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며 1차는 850, 2차는 810 포인트 내외에서 지지선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며 "19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 후 주가 상승 여부에 따라 조정의 기간과 폭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매매공방이 이뤄졌던 850 포인트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과거 대세 상승 장에서 일시적인 조정이 발생할 때는 어김없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다.

한투증권은 "대세 상승기였던 1999년 초 조정을 거쳐 다시 주가가 뛰기 시작한 기간(99년 1~5월)동안 소형주 지수는 종합지수 대비 28.5%의 초과수익을 거뒀다"며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강화된 지난달 이후 소형주가 종합주가지수 대비 0.2~0.4%포인트 수준의 초과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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