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갈비 전문식당 30여곳 "누가 누가 잘하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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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수원시내에서 갈비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줄잡아 3백여곳. 수원갈비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30여곳에 달한다. 서울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지지대 고개를 넘어가면 수영장·정원·예식장 등 초대형 시설을 갖춘 곳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수원 장안에 소문난 10곳을 골라 갈비의 맛은 물론 종업원의 서비스나 시설 등을 체크했다.

◇화춘옥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수원갈비의 원조집.1980년에 휴업을 했다가 20년만에 다시 개업한 곳이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다른 갈비집과 달리 갈비를 주방에서 초벌구이해서 손님상에 올린다. 손님상에도 참숯화로를 준비해 고기에 그윽한 숯향기가 배어 있다. 양념갈비·생갈비 5백g에 각각 2만원. 식탁 사이 간격이 협소한 것이 흠이다.

◇삼부자갈비

수원갈비집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 수입 갈비와 더불어 한우 갈비도 취급한다. 수입 양념갈비는 4백g에 2만원이나 생갈비는 같은 값에 3백50g만 준다. 한우갈비 역시 양념은 3백g에 3만원이나 생갈비는 2백g에 3만원으로 차이가 있다. 수입 양념갈비의 맛이 다른 곳에 비해 달다. 종업원만 믿고 있다간 고기를 태우기 쉬우므로 스스로 신경써서 구워야 한다.

◇본수원갈비

수원에서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리는 수원갈비집.외지 손님들이 더 많다. 한때 불친절하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종업원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 고기를 굽고 남은 손바닥만한 갈비뼈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의 맛도 뛰어나다. 찌개용 된장은 메주를 만들어 직접 담근 것을 쓴다고. 식혜도 직접 담가 후식으로 낸다. 양념갈비·생갈비 4백g에 각각 2만원. 고기와 함께 먹는 야채초간장은 양파가 주재료. 냉면은 4천원.

◇연포갈비

수원의 문화유산인 화성(華城)의 홍화문 옆에 있는 갈비집. 창문 너머로 화성의 정취를 느끼며 맛보는 갈비 맛이 이 집의 매력이다. 양념갈비와 생갈비가 4백50g에 각각 2만원. 돌나물·치커리 겉절이·도라지 꿀물절임 등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밑반찬이 서너가지가 된다. 공기밥(1천원)에 따라나오는 된장찌개엔 갈비뼈와 팽이버섯·양송이버섯 등을 듬뿍 넣어 걸쭉하다.

◇갈비고을

수원 농협이 발벗고 나서 갈비집을 낸 곳이다. 수입갈비는 취급하지 않고 한우갈비만을 고집한다. 갈비를 재우는 양념소스도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우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양념갈비는 2백50g에 2만1천원. 갈비를 준비하면서 자투리로 남은 갈빗살을 판매하는데 2백50g에 1만5천원만 받는다. 뼈 무게(한대에 보통 60g)만큼 고기량도 늘어 실속파 소비자들은 갈빗살만 찾는다. 쑥향기가 나는 함흥냉면 면발에 물냉면은 육수도 시원하다.

◇월드컵갈비

월드컵 수원경기장 정문 앞 큰 길 건너편의 요지에 위치하고 있다. 외국인 손님을 고려해 일식집처럼 식탁을 만들어 밑으로 발을 뻗을 수 있다. 등받이 의자도 편안하다. 10여가지 반찬 중 부추를 갈아만든 부추전이 독특하다. 양념갈비·생갈비가 각각 2만원. 무게는 표시돼 있지 않으나 다른 집 만큼 나온다. 오후 3시까지 갈비 한대에 밥과 된장찌개를 내는 갈비정식(1만1천원)이 인기다. 후식은 매실차.

◇경복궁

생선회가 있는 특이한 갈비집이다. 영통지구에 있다. 참치초무침·장어구이·굴보쌈 등 밑반찬이 횟집 수준.전채요리로 팥죽, 후식으로 과일과 사색단자도 등장한다. 갈비는 석쇠에 올려 참숯불에 굽는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다. 양념갈비·생갈비가 각각 4백g에 2만원. 공기밥(2천원)에 따라나오는 된장찌개에 쇠고기대신 조개가 들어 있다. 평일 점심엔 생선회가 곁들여지는 왕갈비정식(1만5천원)이 있어 계모임을 갖는 주부들이 많다.

◇삼풍가든

'가든 갈비집'의 대명사격인 곳으로 야외 수영장·예식장·양어장·방갈로까지 갖추고 있다. 음식점이 풍성한 나무와 화려한 꽃들로 둘러싸여 먼곳으로 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회갑연·결혼식·돌잔치 등 연회행사가 많아 분위기가 어수선하며 종업원의 서비스도 뒤지는 편이다.양념갈비·생갈비가 4백g에 각각 2만원.공기밥에 된장찌개는 2천원.

◇유일촌

한때 잘나가던 기업인의 별장을 갈비집으로 쓰고 있는 곳. 갈비 이상으로 분위기를 먹는 장소로 제격이다. 특히 날이 따뜻해지면서 실내보다 야외에서 갈비구이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부쩍 늘고 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공을 차며 뒹굴 수도 있다. 양념갈비는 4백g에 2만원, 멧돼지 주물럭(2백50g에 1만원)도 취급한다.

◇남수원갈비

소갈비가 판을 치는 수원에서 돼지갈비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는 음식점이다. 게장·나박김치·야채샐러드 등 밑반찬도 수원의 여느 소갈비집에 뒤질 게 없다. 돼지갈비 특유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있다. 고기 양도 넉넉해 2백50g에 8천원이다. 특히 이 집에선 맛보기 냉면을 무료로 낸다. 초록색 매실냉면인데 돼지갈비보다 이 냉면의 개운하고 쫄깃한 맛에 매료당한 단골손님이 많다고 한다.

수원=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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