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승희 조사… 형님 걱정스런 부분 없소" '검사장이 수사기밀 누출'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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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이수동 아태평화재단 전 상임이사에게 검찰 수사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에 또 한 차례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도승희 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계획을 金고검장이 알려줬다는 이수동씨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金고검장은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을 수 없다.따라서 현직 고검장급 인사가 수사와 관련해 처벌받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 물론 검찰 소환에 앞서 金고검장은 본인이 먼저 사표를 내거나 검찰에서 사직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대검 수사를 통해 金고검장의 혐의가 밝혀지리라는 점은 이미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예고됐다.특검팀은 통화 내역 조회를 통해 검찰이 도승희씨에 대한 수사 계획을 세운 직후인 지난해 11월 6일 두 사람이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고 기밀 유출 흔적도 포착했으나 이수동씨의 진술만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 사람 이름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던 이수동씨는 대검 중수부의 끈질긴 추궁에 결국 입을 열었다.

李씨는 특검팀과 검찰의 수사에서 金고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도승희씨에 대한 조사가 끝난 직후인 11월 17일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중수부는 이용호씨 계열사의 이사인 도승희씨를 소환해 이용호씨로부터 이수동씨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했으나 이를 부인하는 진술만 받은 채 그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金고검장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 정보 유출뿐 아니라 李씨의 도피를 도왔다는 혐의가 제기돼 검찰의 강도높은 추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都씨 조사 후 李씨가 귀국하는 과정에서도 金고검장이 수사 상황을 전달해줬는지,나아가 당시 검찰의 都씨와 李씨에 대한 조사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없는지 등의 의혹도 이번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또 金고검장이 당시 서울지검장으로 이용호씨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에게 대검 수사진이나 간부들이 수사 상황을 알려줬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검팀 수사에서는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도 비슷한 시기에 이수동씨와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었다.경우에 따라서는 金고검장 외에 사법처리되거나 징계를 받는 검찰 인사들이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5월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시작된 이래 임휘윤(任彙潤)부산고검장이 서울지검장 때의 부실 수사 책임을 지고 사직했으며, 愼전총장은 동생이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사퇴했다.金고검장이 사법처리될 경우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간부 세명이 중도하차하게 된다.

또 지난해 말에는 신광옥(辛光玉)전 법무차관이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던 특정 지역 출신 검찰 고위간부 대부분이 불명예 퇴진하는 비운을 맞는 셈이다.

'검찰 게이트'라고 불릴 만한 일련의 사태로 검찰은 도덕성과 신뢰에 또 한 차례 치명상을 입어 이를 어떻게 치유하느냐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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