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임박] “예상된 절상, 악재보다 호재…국내증시에 별 영향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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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잃을 건 수출품 가격 경쟁력의 일부, 얻을 건 더 커질 중국 내수 시장-. 양쪽을 저울질한 결과, 우리 증시엔 악재보다는 호재라는 게 중국 위안화 절상을 전제로 한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예상됐던 만큼 국내 기업이나 증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또 전체적으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크다는 분석이다.

그간 ‘잃을 것’으로 거론돼 온 것은 원화 약세다. 위안화와 함께 원화가 동반 강세로 가면 우리 수출과 기업들의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지난해 이후 이어온 실적 랠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그 속도와 폭이 급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많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 팀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원화 값이 과도하게 떨어져 있었던 데다, 점진적인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크게 봐선 우리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현재 우리 증시의 주가 수준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인 데다 향후 원화가 강세로 가면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돼 투자매력이 더 커진다.

위안화 절상으로 ‘얻을 것’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실적을 키우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다. 증시 관계자들은 수혜주로 최근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아모레퍼시픽을 비롯, 엔씨소프트·베이직하우스·락앤락 등과 함께 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삼성전자·현대차 등을 꼽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내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1차적으로 수혜를 보겠지만 중국 소비가 확대될 경우 철강·화학 업종도 그간의 부진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대출과 부동산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하면서도 내수 시장을 키워가는 정책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움츠렸던 전 세계 투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통화가치와 무역 문제를 놓고 삐걱대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소 부드러워져 금융위기 대응에서 ‘국제 공조’도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세중 팀장은 “남유럽 위기로 유럽 지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섰다는 것은 유럽 위기로 입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라고 말했다. 짐 오닐 골드먼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럽 위기에 모아진 금융시장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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