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압력에 교과서 수정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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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의사 파업집회를 집단이기주의의 사례로 소개한 사진을 고교 교과서에 실었다가 의사협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대체할 스티커 사진을 제작,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교육부는 5일 "올해 새로 만든 고교 1학년 도덕교과서 80쪽에 실린 지난해 의사파업 당시 집회사진에 '집단이기주의는 공동체 붕괴의 주요 원인이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문제사진을 대체할 사진스티커 60여만장을 만들어 지난달 말 전국 시·도교육청에 나눠 주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 전국 고교에서 문제의 교과서 부분에 스티커를 덧붙이는 소동이 벌어지게 됐다.

사용 중인 교과서가 이익단체의 반발로 수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교육정책의 신뢰와 일관성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대체될 사진 스티커는 수녀와 장애인, 봉사자들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으로 '도덕공동체는 다함께 잘 사는 사회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사용 중인 교과서를 수정하도록 압력을 가한 의사협회, 당초 이런 반발을 예측하지 못한 교육부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지난달부터 "문제의 사진은 의료계를 집단 이기주의의 표상으로 지목하는 내용"이라며 국가와 교과서 발행사를 상대로 4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하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의사협회 주수호 대변인은 "줄곧 요구해왔던 도덕교과서 전량회수에 비해 미흡한 조치"라며 "교과서 사진에 얼굴이 나온 의사 개인와 함께 의사단체가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한 만큼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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