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金心희생자'부각…경선뒤 노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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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척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 경선 유세에서다.

李후보는 대만의 장제스(蔣介石)전 총통이 비리를 저지른 며느리에게 권총과 실탄을 보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던 일화를 예로 들며 대통령의 주변 관리를 문제삼았다. "놀러 가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돌아오면 비온 뒤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가 꽃게도 못 크게 한다"는 말도 했다.

李후보측 참모는 "각종 '게이트' 연루설이 나도는 金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金대통령 임기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음모론'을 거론했을 때만 해도 李후보는 "김심(金心)을 빙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우회적 표현을 썼다. 金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은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친인척 비리'를 들고 나옴으로써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권력 핵심을 향해 '金대통령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李후보가 이처럼 金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데는 "권력 핵심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배신감이 깔려 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합당과 민주당 창당 등 어려울 때 도와줬는데 '노무현 돌풍'을 핑계 삼아 '이인제 카드'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는 의심과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李후보는 DJ에 대한 공세로 방향 전환을 꾀하는 것 같다. 권력 핵심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여 'DJ에게 버림받은 희생자'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벌어질 정계 개편의 회오리에 대비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물론 盧후보에 대한 공격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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