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상한 폐지에 경계할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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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농지소유 상한을 완전히 허문 것은 양정(糧政)의 전환과 더불어 농업의 양대 축인 농지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일대 혁신이라 할 만하다. 현재 농촌은 다가올 농업 개방의 파도 앞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농지정책도 현상 고수만 고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농지제도 개선안은 이런 변화의 현실을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농업기반은 개방의 충격이 아니더라도 급속히 쇠퇴해가고 있다. 농가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함께 고령화도 극심해 전체 농촌인구의 24.4%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며, 또 벼재배면적도 절반 가까이(46.9%)가 남의 손에 농사를 맡기는 임대지라는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농 확대 등 새로운 수혈을 게을리한다면 농업의 생산성은 급속히 퇴보할 것이다.

농촌도 다양한 소득개발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도시자본이 농촌으로 흘러들어가게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일부 허물면서 도시민에게 3백평 이하의 주말농장용 농지소유를 허용한 것은 농지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밭의 소유 상한 폐지는 밭농사 규모의 경제를 촉진할 것이다. 현재 5㏊ 이상 밭농사를 짓는 가구는 농가 전체의 0.4%인 5천가구에 불과하다. 주식회사 형태의 농업법인의 농지소유를 허용한 것도 도시자본 유인에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농지정책의 전환은 농촌경제의 일대 변화와 맞닿아 있어 자칫 정책목표와 현실적용이 엇나간다면 그 부작용은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농지소유의 섣부른 완화와 개발은 농촌교란의 큰 요인이 되는 만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도시민의 농지 수요는 대도시 주변만 클 뿐 농촌지역은 적은 게 현실이다. 말이 좋아 주말농장이지 투기목적으로 흐를 여지를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소유제한 폐지가 농지 전용 완화로 이어져 마구잡이 개발을 불러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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