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초선들 겨냥 일주일 새 두 번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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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선거는 졌을 때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놓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6·2 지방선거 패배 후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에 대한 쓴소리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이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 집어넣은 것이라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18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직후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청와대 참모들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자 참모들에게 “초선 의원들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본지 6월 11일자 3면>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은 원고 작성 과정에서도 “초선들에게 한마디는 꼭 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한다. 이 대통령이 초선의원들을 못마땅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쇄신파의 한 의원은 지방선거 직전 청와대 측으로부터 “당신 지역구가 속해 있는 기초단체장 선거 판세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는 경고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나 앞서는데 무슨 얘기냐”고 무시했고, 결국 지역의 기초단체장을 야당에 넘겨줬다.

선거 후 청와대를 공격한 의원들 중엔 지역구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경우가 많았다는 게 청와대 측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의원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왜 남 탓만 하느냐”며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한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초선 의원들이 기초단체장 공천을 잘못한 데다 천안함 사건과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선거운동을 게을리했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서 청와대 인적 쇄신론이 나오자 그들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청와대 개편을 늦추려는 생각까지 했다 한다. 선거 직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청와대 개편은 7·28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에 밝힌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앞둔 지난 주말 정부와 한나라당 안팎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 정국수습책을 논의했고, 여기서 모아진 당·정·청의 대대적인 쇄신과 청와대 조기개편 필요성을 이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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