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과 합병 반대한 휼렛家 장남 hp 이사회서 쫓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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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휼렛 패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휼렛의 장남이 hp와 컴팩의 합병을 줄기차게 반대해 오다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다.

hp 이사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제출할 이사 후보 명단에서 월터 휼렛(57·사진(右))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 15년간 hp 이사로 일해왔다.

월터 휼렛은 이번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사진(左))과 치열한 표대결을 벌였다. 지난달 19일 주총에서 합병안이 근소한 차이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는 여전히 승복하지 않고 있다.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회사측은 창업자 집안과 화해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그를 이사로 재추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28일 회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계기가 됐다.

hp의 이사추천위원장인 샘 긴은 "지난달 27일 휼렛을 만나 건설적인 관계에 대해 논의한 뒤 만장일치로 그를 이사회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했으나 바로 다음날 그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말 뜻밖"이라고 말했다.

휼렛은 자신이 이사회에서 축출된 데 대해 "건강한 조직이라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그는 소장(訴)에서 "회사측이 주총 직전 주요 주주인 도이체방크에 대해 향후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해 찬성으로 돌아서게 했다"고 주장했다.

hp가 주총 나흘 전 도이체방크 등과 40억달러의 대출한도 계약을 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피오리나가 도이체방크의 회답을 기다리느라 주총을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작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오리나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도이체방크는 논평을 거부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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