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電파업 철회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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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갔던 발전노조 파업이 한달여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 모두와 국민, 그리고 우리 경제를 위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철회하고 발전노조원들도 오랜만에 일터로 복귀하게 돼 노사 간에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기대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대타협을 강성 이미지를 씻고 나아가 협조주의적 노사관행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국가에서는 노사관계가 법에 의해 보장돼 있을 뿐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 역시 법으로 규정돼 있다. 발전노조의 민영화 반대는 여기에 비춰보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었으며, 상급단체와 연대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민주노총과 발전노조가 공기업 민영화가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인정하고 물러선 것은 뒤늦었지만 평가받을 만하다.

정부는 이번 불법파업에 단호히 대처, 노사분규 해결에서 법과 원칙을 지켜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사정 모두는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좋은 경험을 살려내야 할 것이다.

협상타결과 함께 이제 서둘러야 할 것은 서로의 상처를 씻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발전사측은 약속대로 복귀조합원들을 따듯이 받아들이고 이미 해고한 노조원들도 징계범위를 재고하는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발전소는 오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근무여건이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오랜 파업에 따른 불필요한 노노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승적 자세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축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울지하철공사 등 서울공기업노조가 '월드컵 무파업'을 선언한 것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대타협에서 노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단협협상을 일찍 마무리해 월드컵이 갈등없는 축제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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