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는 이번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아라파트가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튀니지로 도망치는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아라파트는 살아남았다.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이 자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팔레스타인측에 아라파트를 대신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아라파트가 사라지고 나면 훨씬 강성(强性)인 인물이 뒤를 이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자신을 제거하기로 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라파트는 양면성(兩面性)을 가진 인물이다. 항상 한손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다른 한손엔 권총을 들어왔다.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올리브나무 가지를 권총으로 바꿔들 수 있다.
그러나 아라파트가 무장투쟁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거와 같은 게릴라활동을 벌이진 않을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지금 설 자리가 매우 좁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부터 테러집단으로 규정될 경우 살아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통해 국제여론에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호소할 것이다.
정우량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