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협정 이후의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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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기지와 시설을 대폭 통폐합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서에 서명했다. 앞으로 10년간 추진될 이 계획은 예상보다 기지 반환의 폭이 커 미군기지를 둘러싼 민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전망이다. 한·미 양측이 이번 협정에서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대구의 캠프 워커, 춘천의 캠프 케이지 등의 이전에 합의한 것은 큰 진전이라 하겠다. 이들 지역은 모두 도심에 위치해 오랫동안 집단민원의 대상이 됐던 곳이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이 수도의 위상을 훼손하고 도시계획을 뒤틀리게 하는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이 계획에 명문화하는 데 실패해 중장기 과제로 넘긴 것은 매우 아쉽다. 양측은 이 협정과 별도로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계속 깊이있게 논의해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정에는 이전 및 반환 대상 기지와 시설로 인해 있음직한 환경오염 문제 처리와 관련해 아무런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방부 측은 기지 이전 및 반환 전에 환경오염실태를 조사해 대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측이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보여줬던 미온적 태도로 미뤄보면 우리측의 다짐은 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군측은 발상을 전환해 우리측과 함께 환경오염 문제를 성실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이 또 다른 반미(反美)정서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또 그동안 집단민원의 주요 대상이었던 매향리·스토리 사격장 등을 존치키로 한 것은 유감이다. 이들 사격장은 특히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과 생명을 위협해온 터여서 반미정서에 불을 지펴왔다. 현실적으로 그 존치가 불가피했다면 한·미 양국이 주민들에 대한 안전성 강화와 보상책 등을 제시했어야 했다. 한·미 양측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서둘러 미군기지 문제가 한·미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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