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자율화 '뜨거운 감자' 지상파 TV 3사 강력 요구 … 방송위는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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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KBS 1TV가 방송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낮방송을 강행키로 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MBC·SBS도 방송시간 자율화를 방송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8일자 45면>

방송협회는 지난 27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의견을 모아 방송시간의 운용을 자율에 맡겨 달라는 건의서를 방송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방송 시간 자율화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당장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상파가 낮 시간에도 방송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케이블 방송과 막 출범한 위성방송이다. 광고시장을 잠식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낮 방송을 할 경우 홈쇼핑이나 인기 드라마의 재방송 등으로 기존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의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공희정 부장도 "원칙적으로 방송시간 자율화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방송간의 영역과 역할 구분이 분명하지 않으면 뉴미디어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주말 낮 시간의 프로그램은 주중에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낮 방송까지 허용될 경우 프로그램의 수준 저하는 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담당자들은 "자율화가 돼 방송 시간이 늘어나도 아무런 문제없이 프로그램이 나갈 수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방송위는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달 말께 방송시간 자율화에 대한 최종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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