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남대문 등 패션몰 가격표시제 내주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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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타 1층 숙녀복 매장. 진열된 옷마다 백화점처럼 가격표가 붙어 있다.

두타는 지난 1일부터 전 매장에서 제품에 가격표를 붙이는 '판매가격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객과의 승강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주부 박옥순(38·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씨는 "소비자가 깎을 것에 대비해 가격을 미리 높게 매겨놓은 게 아니냐"며 "1만원만 깎자"고 졸라댔다.

두타에서 숙녀복 '조안'을 운영하고 있는 정미경 사장은 "가격표시제 시행 초기라서 그런지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맞아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오는 5월부터 서울 동대문·남대문·용산전자상가·이태원 등 4대 재래시장에서 판매가격 표시가 의무화된다.

두타는 이미 시행 중이고 동대문 프레야타운·남대문 메사는 다음달 1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동대문과 명동에 있는 밀리오레와 명동 아바타 등 패션몰도 다음달 가격표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두타의 경우 이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상인·본사 직원들로 구성된 점검팀과 10명의 대학생 모니터 요원들이 매일 매장을 돌며 고객과의 마찰, 표시가격과 다르게 물건을 파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두타 관계자는 "시행 초기 일부 상인들이 물건을 할인판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런 행위가 급속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메사도 두타와 비슷한 점검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타와 메사는 위법 행위가 적발된 업소에 벌점을 부과, 일정 수준을 넘으면 매장 외부에 경고장을 부착하기로 했다.

메사에서 캐주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金모(33)씨는 "제도 시행에는 찬성하지만 물건값을 깎으려는 소비자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도가 정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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