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회담 파행 아라파트등 12國정상 불참 이스라엘軍 최고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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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27일부터 이틀간 열리고 있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이 개막일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중동평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무산될 전망이다. 회원국 정상들의 전례없는 대거불참으로 김 빠진 행사가 된 이번 회담은 설상가상으로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예정됐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위성연설 중계를 의장국인 레바논이 거부한 것에 반발, 회담장에서 전격 철수했고 뒤따라 아랍연맹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도 동조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회담에는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롯, 리비아·요르단 등 아랍연맹 회원국의 절반인 12개국 정상들이 26일 잇따라 불참했고 이들 대신 총리나 외무장관들을 보내 회담의 무게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날 아라파트 수반은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이 내보낸 위성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참석하려면 휴전을 선포해야 하고 회담 중 테러가 발생하면 귀환을 불허하겠다'고 윽박질렀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신변안전 우려'를 불참 핑계로 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27일 새로운 폭력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해 예루살렘 등 주요 지역에 최고수준의 경계령을 발동해 중동지역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공영라디오 방송은 "모든 이스라엘군의 휴가를 취소하고 경찰 병력을 총동원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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