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외국인 매물 받아내기 한계 조정후 900 재도전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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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시에 피로가 쌓이고 있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장 막판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전날보다 1.62포인트 올랐지만 '체감 지수'는 훨씬 낮았다. 일단 하락 종목 수가 5백81개로 상승 종목수(2백9개)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외국인 매도공세를 기관·개인이 받아낼 수 있을까=900 돌파를 앞두고 증시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결정적 이유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도 외국인은 3백69억원어치를 팔았다. 올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3천7백22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3월에만 1조1천7백1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그림 참조>

대투증권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흐름을 볼 때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 장을 떠받쳐 왔던 기관과 개인이 계속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관이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한 주동안 투신권의 주식형 상품에 들어온 자금은 5천1백억원인데 기관이 사들인 것은 프로그램 매수분 2천8백억원을 포함, 총 4천1백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26일 2천억원 넘게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25~26일 주식형펀드에 신규유입된 자금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한계에 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동양증권 박재훈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주말께 기관의 에너지가 일단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시 조정 후 900 재도전할 것"=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양상을 보이겠지만 850선에서 지지를 받고 다시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해 10월부터 1월 초까지 순매수한 3조9천억원 중 51% 가량을 팔았다"며 "매도로 일관했던 지난해 6월 초~7월 말 당시도 순매도 규모가 매수 금액의 53%가 되는 시점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850~900선의 박스권 등락흐름을 염두에 둔 매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 수석연구원은 "증시는 850을 지지선으로 횡보하다 기업실적이 가시화하는 다음달 초께 재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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