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강하지만 두렵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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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터키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26일(한국시간). 평가전 장소인 독일 중서부의 산업도시 보훔의 루어스타디온 2층 사무실에서 터키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이 차례로 열렸다. 터키의 세뇰 구네스 감독에 이어 회견장에 들어선 거스 히딩크 감독은 30여분의 회견시간 내내 확신에 찬 목소리와 표정으로 유럽 전지훈련에 대한 자평과 자신의 '축구 철학'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던 3-4-3 포메이션 대신 올해 들어서는 3-5-2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선가.

"원론적인 답을 하겠다. 중요한 것은 포메이션을 어떻게 짜느냐, 어떤 자리에 어떤 선수를 배치하느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포메이션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일단 우리 팀이 볼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원 스트라이커를 쓰든 투 스트라이커를 쓰든 문제될 게 없다."

-월드컵 본선 첫번째 상대인 폴란드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폴란드가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을 봤다. 인상깊었다. 특히 월드컵 예선 노르웨이전과 지난달 키프로스에서 있었던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 등을 통해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존경할 만한 팀이다. 폴란드가 강한 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팀도 그동안 발전을 거듭했다. 두렵지 않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하기 직전 A매치 10경기 무패 기록을 세웠다. 한국 대표팀은 언제쯤 그렇게 전력이 안정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96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2년 이상의 기간이 있었다. 또 상당 선수들이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출발점 자체가 조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80% 이상이 국내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내게 주어진 시간은 1년6개월이었다. 처음 여러 달을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보내야 했다. 그 다음에는 팀을 꾸리고 안정시켜야 했다. 그동안 쉬운 길로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강한 팀들을 상대했다.강한 팀들과 상대해야만 좀 더 빨리 팀의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힘든 길을 택했다. 이제 대표 선수들은 우리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선수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에 참가해줬다."

-월드컵에서의 목표는.

"물론 16강이다. 내 야망 때문에 16강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를 즐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불가능하게 여기지만 우리는 점점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보훔(독일)=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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