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째 장애인 나들이 돕기 사랑 실은 개인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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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6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정신지체장애아 보육시설인"동천의 집" 앞에 택시 40대가 길게 늘어섰다.

"하나,두울, 세엣,네엣"

잇따라 도착하는 택시들의 수를 세며 봄 소풍의 꿈에 부푼 아이들의 환호성이 그칠 줄을 몰랐다.

"동천의 집" 식구들에게 이번 소풍은 쉽지 않은 나들이였다.

장애인의 달을 한 달 앞두고 이달 초 에버랜드측이 자유이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날을 잡았지만 막상 경기도 용인까지 가는 일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아이들1백20여명과 자원봉사자 40여명을 태울 버스를 빌리자면1백만원이 넘는 거금이 들었다. 그렇다고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이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준 천사들이 바로 개인택시 기사들로 구성된 임마누엘 선교회(회장 沈載峰45)였다.

선교회는 "동천의 집" 자원봉사자로부터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장애아들의 발이 돼주겠다고 했다.

1980년대 초 개인 택시기사 70여명이 모여 결성한 이 단체는 지난 20여년 동안 해마다 몇 차례씩 지체부자유자들의 나들이를 도와 ?바퀴 달린 천사들로 불린다.

운전을 하며 승객들에게 "사랑의 껌"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와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일도 꾸준히 펼쳐왔다.

이날도 이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씩 꼬박 이틀간 핸들을 잡고 맞은 휴일이지만 잠자리를 뒤로 하고 봉사에 나섰다. 연료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2만여원도 자신들의 돈으로 부담했다.

남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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