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전 한번 이겼다고 '16강 호들갑'은 곤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23세 이하)은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 올림픽대표팀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두차례나 5-1로 '박살'냈다. 또 동유럽의 강호 유고대표팀(올림픽대표팀이 아닌 성인대표팀)을 상대로도 두차례나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팬들은 한국 축구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8강 진출 혹은 메달권 진입까지도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선탈락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 축구가 이기는 모습을 봤다. 지난 20일(한국시간) 한국 축구대표팀이 핀란드를 2-0으로 물리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 축구가 유럽축구에 약한 징크스를 허문 것은 물론, 그간의 부진에서 탈피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크다고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다.

침착하고 세밀하게 한번 살펴보자.

이번에 한국이 꺾은 핀란드는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여섯 계단이나 처져있는 유럽축구의 변방이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탈락함으로써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결여된 팀이었다. 게다가 팀 전술의 핵인 주전 세명이 빠졌었고, 한국과의 평가전 바로 전날 소집된 팀이었다. 스파링 파트너로는 약했다는 얘기다.

모처럼 거둔 승리를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올해 들어 90분 경기에서 한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매번 골 결정력 부족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데다 팀 분위기마저 가라앉아 위기에 처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강팀과 경기해 고전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표팀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오는 27일 열리는 터키전을 통해 내려질 것이다.

터키는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팀이라 사실상 월드컵 출전 멤버들이 전원 출동하는 한국팀과 최선을 다해 붙어보려고 할 것이다. 터키전을 기대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 경기를 통해 한국팀의 엔트리 23명, 더 나아가 베스트 11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터키는 갈라타사라이라는 명문팀을 앞세워 최근 몇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축구 강국이다. 터키축구는 기술과 힘·스피드까지 갖춰 폴란드전을 가상해 좋은 경험을 얻을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도 28일 독일 로스토크에서 독일대표팀과 평가전을 갖는다. 미국은 최근 6승1무1패로 승승장구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독일전 결과가 한국팀에 미칠 심리적 영향은 매우 크다.

본지 축구해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