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민주당, ‘이적(利敵) 서신’ 옹호하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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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의 호소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윤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을 ‘자식 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죄인은 윤씨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다. 지난 60년 동안 휴전이라는 남북 대치 상황을 망각하고 무사안일(無事安逸)에 빠져버렸다. 경제 발전을 하는 동안 북의 도발을 막아온 안보를 거저 주어진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 안보마저 정쟁(政爭)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이런 점에서 윤씨가 본지와 한 인터뷰(6월 16일자 1면) 내용은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보낸 참여연대를 향해 “그게 성한 사람이, 정신 있는 사람이 할 일이야”라며 분노했다. 눈물이 번진 주름진 윤씨의 얼굴은 참여연대 서한으로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의 한을 풀어달라”며 안보성금으로 1억원을 낸 데에는 숙연함을 금할 수 없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된 이후에도 이를 우리 내부 분열에 악용하려는 종북(從北)세력의 활동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어 우려된다. 참여연대에 이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란 단체도 안보리 이사국들에 참여연대 것과 유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참여연대의 행동에 국가보안법까지 적용하려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은 이미 제3국의 전문가까지 동원돼 과학적 검증으로 북한의 도발에 의한 것임이 입증된 상황이다. 감정적인 보복 공격을 자제하고 유엔의 제재로 넘기려는 정부의 조치에 발목을 잡고 도발자를 변호하려는 건 표현의 자유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이적(利敵) 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명백한데도 참여연대를 비호하려는 야당의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시민단체가 어떤 사안에 비판적 활동을 하는 것은 본래의 영역”이라며 “정부가 국가 정체성 문제로 모는 건 비약”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아무리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상황에서도 이 원칙만은 지켜져 왔다. 집권 경험까지 있는 야당이라면 일부 시민단체들이 철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

천안함이 침몰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야당은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마저 외면하고 있다. 이미 수십 개 나라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했는데도 이를 기피하는 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 윤씨는 “북한에서 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는데 뭘 더 머뭇거려. 그들(야당)은 우리 국민이 아닌가”라고 답답해했다. 안보 문제만은 당리당략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야당은 이번 국회에서 당장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고 괴담에 휘둘리는 여론의 중심을 잡아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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