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미학 '비디오 설치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4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경호 초대전은 역설의 미학을 담은 비디오 설치전이다.

전시장 1층 한구석 벽면에는 푸른 바탕을 배경으로 '디지털 달'이 하얗게 비치고 있다. 손을 대서 빛을 가려보면 달은 일렁거린다. 카메라가 벽면의 영상을 다시 영사기로 투입하는 피드백 구조 때문에 생기는 효과다. 물속에 비친 달이 손을 휘저으면 일렁이는 모습을 방불케한다. 다른 벽에는 욕조가 붙어 있고 그위로 벌거벗고 웅크리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다. 수직과 수평이 전도되고 실물욕조 속에 영상 인물이 들어 있는 역설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3개의 벽면에 작가의 얼굴이 엄청난 크기로 비친다.뺨을 맞거나 "Yes"를 외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No"라는 표정을 짓는 얼굴들은 가치붕괴와 카오스를 상징한다. 02-391-917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