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콤 양덕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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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세계 최고의 퓨전 디지털기기 회사를 만들겠다는 창업 당시의 목표에 한걸음 다가간 느낌입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의 양덕준(51)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선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회사 설립 1년반 만에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레인콤이 2000년 12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멀티-코덱 MP3 CD 플레이어'는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싸게 팔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비슷한 사양의 일본 소니 제품이 1백79달러인 반면 레인콤의 '아이리버 슬림엑스'는 1백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양사장은 자사 제품의 성공비결에 대해 "여러 종류의 CD를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은 물론 초슬림 디자인(두께 6.7㎜)·FM수신·영어학습용 캡션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 것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1999년 12억원, 2000년 80억원이던 회사 매출도 지난해 6백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는 지난해의 세배 가까운 1천7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자신감이 붙자 양사장은 지난해 신제품 슬림엑스를 출시하며 '쏘리(Sorry)소니'란 도발적인 광고카피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소니는 미디어기기 업체들의 영원한 우상이지만 적어도 MP3 CD플레이어 시장에서만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이런 광고문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양사장은 회사 창업 전 22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줄곧 반도체 관련 일을 하며 임원까지 지낸 이 분야의 베테랑. 99년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할 때 주위에서 많이 만류했지만 "정말 제대로 된 디지털기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던 것이 첨단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는 휴대용 뮤직플레이어, 주크박스, 자동차용 MP3CDP 등 다양한 디지털 퓨전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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