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과 북한강이 용문산을 감싸안고 흐르는 산자수명(山紫水明)의 고장인 경기도 양평군.
1973년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가 준공된 이후 양평군은 각종 규제에 발이 묶였다. 상수원을 보전해야 한다는 구실 때문에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고칠 수 없는 불편을 겪어온 양평 주민들은 한강 물을 '원수'처럼 대했다.
이같은 양평군이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중앙일보와 아태환경NGO한국본부가 공동으로 주는 '제2회 물사랑 대상'에서 보전절약 부문 대상을 받게 됐다.
양평군의 물 사랑은 발상을 전환한 덕분이다. 규제지역이라는 점을 역(逆)으로 활용, 환경 관광·농업으로 지역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민병채(閔丙采·63·사진)군수를 중심으로 8만여 주민들은 98년 '양평 환경농업21'(Yeam-21)사업을 시작했다. 제초제·농약·화학비료 쓰지 않기와 메뚜기 서식지·반딧불이 서식지·허수아비 들판 만들기 등의 캠페인을 펼쳤다.
처음에는 "농약·비료 안주고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며 반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閔군수는 "21세기 양평의 유일한 선택은 '맑은 물 사랑'밖에 없다"며 "흙이 좋아져야 물이 맑아지고 환경보전도 가능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결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97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농약 사용량이 52% 줄고, 화학비료 사용량 역시 26% 감소했다.
오리가 논의 해충·잡초를 먹어 치우는 오리농법을 채택한 논도 2백75㏊에 이르렀다. 여름밤은 반딧불이가 수를 놓고 가을 논두렁엔 메뚜기와 허수아비가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閔군수는 "반딧불이 체험이나 메뚜기 잡기, 허수아비 만들기는 전국적인 행사가 됐다"며 "깨끗한 양평군 농산물을 청정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