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 남편 외조 구설 대통령 비서실장 바꾸는 등 국정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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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월 인도네시아 경찰은 한국산 현대자동차 17대 등 외제차 21대를 선물로 받았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의 남편인 타우픽 키마스(59)의원이 "국빈 방문 때 동원되는 경찰의 의전 차량이 너무 낡았다"며 새 차를 기증한 것이다. 최근 메가와티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경질된 것도 남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 "메가와티 행정부에서 아무 직책도 맡지 않은 키마스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족벌 정치의 폐해를 수십년간 경험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개 국회의원인 그는 아내인 대통령에게 정치·경제에 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메가와티 대통령의 방한 때도 동행해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을 예방할 예정이다.

키마스는 "대통령에게 비공식 정보를 제공할 뿐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가 가까운 기업인들의 뒤를 봐준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수마트라섬 팔렘방 출신인 그는 1960년대 초 메가와티 대통령의 부친인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만든 국민당에 입당, 정계에 투신했다.수카르노가 군부 쿠데타로 물러나면서 7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출소 후 정치에서 손을 떼고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다.

키마스는 전투기 조종사였던 첫 남편을 추락 사고로 잃고, 둘째 남편과 이혼한 메가와티 대통령과 73년 결혼해 그의 셋째 남편이 됐다. '수줍음 타는' 주부에 불과했던 메가와티가 87년 정계에 입문하고,급기야 대통령까지 된 데는 그의 외조가 한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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