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기업 '방북 不可' 잇따라 北, 사전설명도 없이 연기·취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당국이 최근 방북을 준비한 한국의 민간기업에 잇따라 '방북 불가'를 통보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N사는 방북을 불과 닷새 앞둔 지난 8일 북측으로부터 돌연 '방북이 어렵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초 이 회사는 지난 12일 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가 남북 정보기술(IT)협력을 모색할 계획이었다.

남북 민간 어업협력 상담차 방북하려던 M사도 비슷한 사정이다. 관련 수산업체 관계자와 함께 세번째로 평양을 방문하려던 이 회사도 지난주 갑자기 북측으로부터 '방북 불가'를 통고받았다.

특히 북한당국은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남측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방북 불가 입장만 통보하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북교역 업체에 따르면 과거에 북측은 '준비가 아직 안됐다' 는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이번엔 아무런 설명 없이 방북 불가를 통보하고 있다는 것. N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방북 연기는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주 사이에 방북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기업은 줄잡아 5~6개 기업이다.

관측통들은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서울과 워싱턴을 겨냥한 평양당국의 불만 표시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 15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오는 21일 시작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과 연합전시증원(RSOI)합동통합군사 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당국이 지난 1월 말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평양의 내부 정보가 남한 기업을 통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방북을 중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