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가자 유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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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국 관광객들이 유럽으로 몰려가고 있다. 유로화 약세로 돈 쓸 맛이 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유로의 가치는 지난해 말 9.8위안이었지만 5개월여 만에 8.26위안으로 하락했다. 환율 변화로 체감물가가 뚝 떨어지자 유럽으로 가는 중국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의 경우 8월까지 예약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시트립 관계자는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여행에서 그리스·영국 등 한 나라를 꼼꼼히 둘러보는 고가 여행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여행 전문지들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풀린 데다 유로화의 가치 하락으로 먹고 자는 비용이 20% 이상 저렴해져 중국인들의 유럽 여행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이상기온으로 3~4월 한국과 일본의 벚꽃 여행 기회를 놓친 중국인들이 유럽을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

중국 청년여행사의 유럽여행부 댜오슈앙 부부장은 “중국인들이 유럽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품 쇼핑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로화의 가치 하락은 중국인 명품 쇼핑족들에겐 놓칠 수 없는 호재라는 것. 영국 파운드화도 기를 펴지 못하면서 영국 쇼핑가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세계명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명품소비액은 94억 달러로 일본에 이어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27.5%)를 차지했다.

중국 해외여행조사기관(COTRI)은 올해 중국인 해외여행자가 5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 소비액도 5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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