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익 160억원 加공연장 CEO의 예술 경영 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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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가면 미시사우가라는 인구 50만명의 소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 한가운데 복합공연장 '리빙 아츠 센터'가 있다.

지난 4일 우리 일행을 맞은 사람은 이 센터의 대표(CEO) 대니얼 S 도널드슨이었다. 캐나다 정부의 주선으로 미리 계획된 일이어서 대표의 지극한 환영 자체는 대수로울 게 없었다.

간단한 수인사를 마치자 그는 한손에 열쇠를 쥔 채 공연장과 스튜디오 등으로 안내했다. 그의 입에서는 후원 기업들의 이름을 딴 공연장의 내력이나 연간 수입지출 현황 등이 청산유수로 흘러나왔다.

CEO의 이런 자세는 일행을 '감동'시켰다. 문득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국립극장 등 우리의 대표적 공연장의 CEO가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와 동행한 모 유력 공연장의 실무 책임자도 이구동성으로 그 점을 아쉬워했다. "의자에 앉아서 지시나 하는 데 익숙한 우리의 CEO와는 분명 다른 태도다. 공연장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뚫고 있어야 지휘력도 높아지는 법인데, 우리 CEO는 그게 좀 약하다."

토론토·몬트리올·밴쿠버의 일급 공연장을 순례하는 도중 우리는 제2·제3의 도널드슨을 수없이 만났다. 이같은 CEO의 자세는 공연장 활성화의 기폭제였다. 리빙 아츠 센터의 연간수익이 2천만달러(약 1백60억원)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많이 놀랐다.

캐나다의 공연장도 대부분 정부나 시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처지는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은 싸구려 예술을 만들지 않으면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구사해 지원금의 몇배 혹은 수십배에 이르는 이익을 냈다.

CEO의 열린 태도와 적극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 힘으로 보였다.

우리의 공적(公的) 공연장에도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한 소위 '책임운영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제 CEO의 역량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 지시만 하는 '지금' 스타일로는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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