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강원서 격차 벌려 경남·부산 경선에 대비 : 이인제 향후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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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전 경선에서 압승한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17일 곧바로 유성의 S농장을 찾았다. 23일의 충남지역 경선에 대비해 선거 운동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李후보는 또 이날 저녁 서울에서 핵심 참모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기에선 승리의 자축보다는 반성과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제주·울산·광주로 이어진 경선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한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李후보측 전용학(田溶鶴)의원은 "이제 대세론은 필요없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2위인 노무현(盧武鉉)후보와의 표 차이를 최대한 벌리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대전에서 압승하면 다른 지역이 반발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李후보측은 대전에서 전력투구했다.

민주당 경선은 다음주 충남·강원으로 이어진다. 李후보가 우세한 지역이다. 여기서 최소한 1천표 이상 盧후보를 앞서겠다는 생각이다. 李후보의 측근은 "경남·부산에서 盧후보의 선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략 수정의 또다른 포인트는 이미지 탈바꿈이다. 李후보의 핵심참모는 "대세론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지자들이 식상했다"면서 "李후보의 가장 큰 장점이던 변화와 개혁 이미지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李후보의 대세론이 모두 흔들린 것은 이런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李후보측은 동교동 구파인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측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이다. "동교동 구파로부터는 경선에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구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상처만 입었다"는 불평이 측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李후보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盧후보의 바람은 '대통령 감' 논리로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盧후보에 대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국정운영 경험을 장점으로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李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미래를 개척하는 개혁을 요구하며, 과거 지향적이고 공격하고 파괴하는 개혁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盧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은 앞으로도 40여일이 남았다. 李후보의 변신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대전=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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