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체 왜 자꾸 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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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말 총기강도로 시작된 금융기관 강도사건이 운송차량 탈취, 현금지급기 털기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강도사건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방범체계가 허술해 범인들이 다른 대상보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15일 각국에 파견된 주재경찰관들을 통해 비교한 결과, 해외 금융기관에 비해 우리 금융기관의 방범체계와 현금호송체계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 수송을 경비·호송 전문업체에 맡기기는 커녕 방범을 위한 관련 규정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중은행과 농협·수협의 경우 자체 방범규정이 있으나 '안전대책을 마련한다' 등 추상적인 내용인 데다 경비원 배치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상호신용금고·신협·지역 농수협 등에는 경비원 배치 규정은 물론 방범시설 규정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강도를 당한 대전 새마을금고처럼 대부분 폐쇄회로TV가 창구 앞이나 현금인출기 쪽에 집중돼 출입구나 주차장 등은 취약지역으로 남아있다.

현금 호송은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창구업무를 겸하는 일반직원 한두 명이 보호장비도 없이 승용차로 수억원을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총강도에게 3억원을 빼앗긴 지난해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호송경비원들은 폐쇄회로TV가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을 들고 내리다 강도를 당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금융기관에 '현금 호송 안전수칙'을 발송해 주의를 촉구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경찰청 배성수(裵星洙)방범국장은 "특히 일부 은행은 현금을 탈취당해도 보험회사에서 보상받는다는 이유로 자구(自救)노력을 게을리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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