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 군사지원 중단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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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이 이스라엘 압박을 본격화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지금까지의 발언 중 가장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의 무력공세를 비난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도 동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제재'=미 CBS 방송은 13일 의회소식통을 인용,"미 정부가 이스라엘이 요구한 지원을 거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군사·경제원조 명목으로 30억달러를 지원받아왔는데 올 초 "팔레스타인 테러 제재에 필요하다"며 8억달러(약 1조4백억원)의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단 2억달러 지원을 검토했으나 이스라엘이 강경정책을 버리지 않자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팔 중재에 본격적으로 나선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 '사실상 경제제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의 최근 공격은 자위(自衛)수준을 넘어섰으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이·팔 분쟁이 격화할 때마다 "테러 방조자"라고 비난해 왔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가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아랍권에 미국의 중재 의지를 과시하고,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선 딕 체니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삐 멈추지 않은 이스라엘=12일 가자·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가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3일에도 팔레스타인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거점도시 라말라와 가자지구 남부에서 교전을 계속한 뒤 14일 새벽 철수했다.이날 전투로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의 강공 정책이 계속되는 것은 14일 개시될 앤서니 지니 미 중동특사와의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중재의 한계=그러나 미국이 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아라파트를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데다 이·팔 문제의 복잡성을 잘 알고 있어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배후지역을 안정시키는 범위 내에서만 중재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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