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민은 아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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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탈북자 문제로 중국 정부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우려했던 '제2의 장길수 가족 사건'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후 6시간 만에 나온 중국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은 이들 25명이 "난민이 아니다"는 것이다. 장치웨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탈북자가 난민이 아님을 재확인하고 "우리는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이는 국제법과 중국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난민 지위 신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명백하다.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체결한 국경관리협정에 따라 불법 입국자를 송환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이는 양국간 문제며 국제기구나 제3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 초 중국 정부는 러시아를 거쳐 중국에 들어온 탈북자 7명을 북한으로 송환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 NGO들이 중국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장길수군 일가족 사건 때는 달랐다. 우선 난민보호가 주업무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라는 국제기구가 개입됐고,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대사도 눈앞에 있었다.

우다웨이(武大偉) 당시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에서 이런(탈북자) 문제를 푸는 데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우선이며,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지 여부도 살핀다"고 밝혔다. 章대변인도 당시 "중국은 줄곧 이런 사람(탈북자)들을 국제법과 중국법,그리고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대해 왔다"며 장군 가족의 제3국행을 시사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 14일 발표된 내용도 같은 맥락이란 점에서 이들의 제3국행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렇지만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장군 가족을 제3국으로 추방할 당시 중국 정부는 "(장길수군 사건이)선례로 남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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