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장비시장 찬바람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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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통신장비 업체들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과잉설비를 가진 통신업체들이 추가 투자를 꺼리는 데다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3세대 통신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12일 캐나다의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노텔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단계 낮추면서 추가 하향 조정을 경고했다. 매출부진과 현금유동성 부족이 이유였다. 신용등급이 거의 정크본드(투기채권)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노텔의 주가도 이날 6%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단계 낮췄다. 루슨트가 매출 전망치를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패트리샤 루소 최고경영자(CEO)는 루슨트가 내년까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고, 이 발언은 루슨트 주가를 12%나 끌어내렸다. 루슨트는 일곱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에는 1백6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2만9천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도 2만명을 해고할 참이다.

이에 앞서 11일 핀란드의 노키아도 네트워크장비 부문의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나쁜 25% 감소(전년 대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로 인해 주가는 6%나 빠졌다.

전문가들은 통신장비업체들의 불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크로싱 등 통신업체들의 연이은 도산으로 인해 중고제품들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3세대 통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1천억유로를 쓴 유럽의 통신업체들은 신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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