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등에 주식도 거품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경기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최근의 내수 회복세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친 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돈을 풀어 내수를 부양하다가 자칫 버블(거품)이 생기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살아나면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돼 '과도한 소비→주식·부동산 매입 확대→자산가치 상승→소비 급증'이라는 버블형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은 이미 버블이 발생했고, 주식은 버블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값은 정부의 거듭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로서도 세무조사 등 미시적인 대책 외에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재정·금리 정책을 쓸 때가 된 것이다.

◇부양에서 조절로 정책 전환=정부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선 지난해 이후 재정 조기집행과 금리인하라는 내수 진작책을 줄곧 써왔다.돈을 푸는 이 정책이 효과가 있어 지난해 3분기(1.8% 성장)를 바닥으로 회복세를 탔다.4분기에 성장률이 3%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올 1분기는 더 좋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회복 속도가 너무 빠르고 내수, 그것도 건설 등 일부만 기형적으로 활황세라는 점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내수로 그럭저럭 버티며 3% 정도 성장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수가 버티는 정도를 넘어 불을 지르는 반면 수출은 12개월째 감소하면서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정책전환과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3%대 성장을 하고, 하반기에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늘며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룬 본격 회복기로 가기 위해 경제정책의 수위를 약간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집행 어떻게 되나=기획예산처 임상규 예산실장은 "당초 상반기에 53% 정도의 재정집행을 계획했는데 이보다 조금 줄일 방침"이라며 "하반기에 경기가 더 활성화할 전망이어서 굳이 상반기에 예산을 서둘러 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상반기에 재정의 50%만 풀어도 지난해의 41%보다 훨씬 많은 규모여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집행이 주로 늦춰질 전망이다. 기획예산처의 다른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공사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면서까지 예산을 조기 집행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일 3월 중 콜금리를 현 수준(4%)에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작을 경우 거시정책(금리)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여건을 주시하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은 "향후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콜금리가 조만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이나 개인들이 부채를 줄여 미리 대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고현곤·이수호·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