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의 국정 쇄신 약속 … 문제는 타이밍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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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12일 만에 국정 쇄신의 큰 줄기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소통·통합·쇄신이라는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천명했다. 세종시는 국회 표결에 맡기고, 4대 강은 계속 추진하되 의견을 더 수렴하며, 시스템을 개편하고 인물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그러나 선진화를 위한 국정과 천안함 사태로 인한 안보 문제 등은 선거와 상관없이 흔들림 없이 지속할 뜻을 천명했다.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의(民意)를 “귀담아 듣겠다”고 밝히고 국정 쇄신을 강조함으로써 선거 이후 혼란스러웠던 정국 운영의 큰 가닥이 잡혔다고 보여진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현재 시스템의 핵심 문제는 소통과 효율의 부족이다. 4대 강만 해도 필요성을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하는 홍보시스템이 약했고 사업 과속에 대한 우려를 모아 전달하는 소통 구조가 취약했다. 청와대 시스템도 홍보나 대통령 보좌에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문이 많다. 북한·통일·여론 수렴 같은 대통령이 부족한 분야를 보조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약속한 ‘새로운 진용’은 계파·지역·출신 학교라는 좁은 울타리를 떠나 인재를 광범위하게 포용해야 한다. 장·차관급의 경우 대구·경북(TK)과 고려대 출신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어 인사 편중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스템 개혁과 인적 쇄신엔 이런 지적들이 모두 수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우물쭈물하다 시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되고 오히려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세종시와 4대 강, 천안함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처리 방향은 선거 민의를 수렴하면서도 원칙을 견지하는 절충점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 안보 태세 재정비와 군의 기강 확립이 화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분위기 일신을 위한 것이든, 문책(問責) 차원이든 군의 인적 쇄신 역시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4대 강의 경우 대통령은 약속대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보완할 대목이 있으면 과감히 수용하길 바란다.

대통령은 여당의 변화를 주문하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현재의 한나라당이 시대의 변화와 민심의 흐름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한다고 진단하는 것 같다. 그 같은 대통령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다만 대통령이 언급한 ‘젊음’이 단순히 물리적 나이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건 무늬만 세대교체일 뿐이다.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선 정강·정책이 시대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당의 정신, 당의 생각이 젊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 집권한 영국 보수당이 활기찬 것은 단순히 지도부의 나이가 40대여서가 아니라 중도실용적 가치를 포용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정 쇄신을 주장하는 소장파는 나이만 상대적으로 젊지 언행은 구태(舊態)로 가득하다. 그들부터 젊은 사고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