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분쟁 재발되나"… 인도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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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7백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인도의 힌두·이슬람교 유혈분쟁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힌두교도들의 아요디야 사원 건립 기공식을 계기로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 아요디야에 있는 3천여평 넓이의 땅에 돌기둥을 세우고 힌두교 의식(푸자)을 치르는 행사를 보기 위해 인도 곳곳에서 힌두교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인도 정부는 경찰 6천여명을 배치해 아요디야로 통하는 철도와 차도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지만, 순례자들은 경찰을 피해 주로 걸어서 아요디야로 향하고 있다. 11일까지 1천여명이 현지에 도착했으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요디야에서는 1992년 힌두교도들이 바브리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면서 이슬람교도들과 충돌, 3천여명이 사망했다.

따라서 이슬람 사원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힌두교 사원을 세우는 이번 행사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11일 의회에 출석해 "대법원의 평결이 나올 때까지 아요디야에서 어떠한 형태의 종교 행위도 금지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슬람교도들은 "행사 개최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제소했으며, 대법원은 13일 이번 사건을 심리한 뒤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사원 건립 연기 여부를 논의한 힌두교·이슬람교 지도자간 협상이 이미 실패로 돌아간 데다 급진파 힌두교도들은 "법원이 행사를 치를 수 없다고 판결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실적으로 행사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행사 준비를 주도하는 힌두교 원리주의 단체 세계힌두교협회(VHP)의 프라빈 토가디아 사무국장은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15일 모든 이목이 아요디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원 기공식 행사를 주관할 '라마신 탄생지 재단'측은 "이슬람교도들이 메카에서 의식을 치르듯 힌두교도들도 라마신의 탄생지인 아요디야에서 의식을 치를 권리가 있다"며 "정부와 법원이 이러한 권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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