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 초반 얽히고설킨 4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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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경선구도가 새로운 견제·균형체제로 짜이고 있다.

우선 이인제 후보와 한화갑 후보, 노무현 후보와 김중권(金重權)후보가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존재로 입증됐다.

반면 盧후보와 韓후보, 李후보와 金후보는 경쟁 속에서도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두그룹 네 후보 간에 대립·보완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李후보가 초반에 선두로 치고나가지 못한 이유로 '한화갑 효과'를 들고 있다. '이인제 대세론'의 근간인 대의원들의 표를 당내 기반이 탄탄한 韓후보 쪽이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盧후보 지지를 표명한 천정배(千正培)의원은 "개혁후보로 단일화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할 정도다.

사정은 盧후보도 마찬가지다. 비록 경선 첫주에는 1위를 했지만 울산에서 金후보의 약진으로 당내엔 두개의 영남후보론이 존재하는 셈이 됐다.

울산에서 격차를 벌려 부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까지 바람을 일으키려던 盧후보로선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앞으로 대구·경북권에서 金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때문에 '적(敵)의 적은 동지'라는 법칙이 당분간 적용될 것 같다.

그동안 '반(反)이인제' 노선에 공조관계였던 盧·韓후보는 느슨한 연대를 이어갈 조짐이다.

최종집계 결과 절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2위 투표'에 공조하는 움직임도 있다. 처음 도입한 선호투표제를 의식한 것이다.

盧후보측은 韓후보측의 선전에 계속 박수를 보내고 있다. 韓후보측도 "盧후보가 주장하는 지역통합론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공격할 것"이라며 견제입장을 밝히면서도 "선거에서의 '주적개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李후보와 金후보의 연대가능성도 거론된다. 李후보 캠프에서는 "金후보가 선전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金후보는 제주·울산 선거에서 다른 주자들을 공격하면서도 李후보는 공격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본거지에서는 1위를 하고, 타 지역에서는 2위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대관계가 싹트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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