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금 아시아 증시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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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과 유럽의 자본이 한국·대만·홍콩 증시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증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11일 홍콩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계 펀드들은 지난주에만 1억5천6백만달러의 아시아 주식을 샀으며, 최근 2주간 투자 순증액이 5억3천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홍콩 경제일보는 "자금 유입의 규모와 속도 면에서 최근 1년간 가장 두드러진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미국계 펀드들이 4주 연속 투자액을 늘렸으나 그 규모는 4억3천7백만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펀드조사업체인 미국의 AMG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미 전체 주식펀드에는 3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그 직전인 지난달 21~26일 1주일간 43억달러 순유입에 이어 2주 연속 자금유입 규모가 컸다. 통상 미 주식펀드에 자금이 많이 들어오면 아시아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규모가 확대된다.

유럽쪽에서도 아시아 붐이 다시 일고 있다.

홍콩에 기반을 둔 독일계 펀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네덜란드·영국에서 아시아 펀드를 공모한 결과 각각 1억달러와 1억2천만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5년간 아시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분위기가 확실히 반전됐다"며 "유럽에서도 올들어 최소한 5억달러를 아시아에 새로 투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유럽 금융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동남아 지역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증시의 항셍(恒生)지수는 지난주에 7.8%나 올라 심리적 저항선인 1만2천선에 바싹 다가섰다.

또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는 11일 3.07% 올라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일본계 자금은 미·유럽 자금보다 한발 먼저 투자했다가 요즘은 관망하고 있다.

노무라(野村)증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홍콩 증시에 4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대만·홍콩 등 아시아 각국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증시에서는 최근들어 순매도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6일 이후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4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도했다.

교보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이미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충분히 편입한 만큼, 주가지수 1,000선 돌파를 확신할 때까지는 당분간 매매를 유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서울=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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